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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봄소풍

다현 :  아빠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

 나  :  그럼 일찍 자면 돼.

다현 :  일찍 자는 건 싫어. 

         (파란 맹맹이를 껴앉으며) 아- 내일이 얼마나 즐거울까.


내일은 오랜만에 가는 다현이 소풍이다. 

아내는 심한 입덧에도 새벽 5시에 일어나 김밥을 싸기 시작했다. 

그냥 볶음밥을 싸주자고 해도 아내는 

그래도 소풍엔 김밥을 먹어야 한다며 열심히 김밥을 말았다.

아내가 출근을 빨리 해야 돼서 다현이를 한 시간 일찍 깨웠는데도

다현이는 평소와는 달리 짜증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아 싱글벙글. 

호랑이 가방을 매고 문 앞에 나서며 아빠를 향해 포즈까지 취해준다.

모든 준비 오케이~

딱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흐린 하늘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점심에 아내에게서 문자가 왔다. 

'지금 비와요 ㅠㅠ'

창 문을 내다보니 거리는 어두컴컴했고 간혹 우산 쓴 사람도 보였다. 

그렇게 기다리던 소풍이었는데... 비라니... 


저녁에 집으로 들어서니 다현이가 까르르 웃으며 도망친다. 

소풍이 즐거웠던 모양이다.

아내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점심은 비가와서 버스에서 먹었다고 한다. 

율동도 배우고, 군인 아저씨 공연도 보고 같이 사진도 찍었단다. 

아- 현충원으로 갔지... 


다현  :  아빠 내일도 오늘이었으면 좋겠어. 

나    :  매일매일이 소풍이면 오늘처럼 아주 즐겁지 않을거야.

         아주 가끔가니까 소중한거지. 


자기 아쉬워하는 다현이에게 이렇게 얘기해 줬는데 맞게 말한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매일매일 소풍을 갈 수는 없으니까. 

이런 고민을 하는 사이 다현이는 불을 끈지 1분만에 잠이 들어버렸다. 


< 현충원 소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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