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일 때문에 짜증이 났다.
나와는 반대로 다현이는 내일 갈 소풍 생각에 잔뜩 들떠 있었다.
빨리 씼고 잠자리에 들기로 했는데 다현이가 자꾸만 장난을 쳤다.
"팬티 입고, 잠옷 입어야지!"
다현이는 내 말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혼자서 계속 신이나 있었다.
두 번.... 세 번... 네 번째 이야기를 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갑자기 한 숨이 나왔다.
나는 다현이를 방에 남겨둔 채 큰 방으로 가 침대에 누웠다.
다현이가 벌거벗은 채로 방으로 쫓아왔다.
"아빠 자는 거야?"
"아니. 쉬는 거야. 팬티랑 잠옷 다 입으면 아빠 불러."
다현이는 입이 삐죽 나오더니 빽 소리를 질렀다.
"아빠 이러면 아빠 좋아하는 오징어 땅콩 못 먹게 할거야!!!"
그리고는 큰 방 문을 잠그고 자기 방으로 가버렸다.
평화가 찾아왔다.
나는 침대에 한 참을 누워 있었다. 살짝 잤던 거 같기도 하고...
얼마 후 밖에서 상냥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옷 다입었어요."
문을 열어보니 다현이가 정말 예쁘게 옷을 입고 서 있었다.
"그럼 이제 잘때 읽을 책 고르자."
책장으로 가던 다현이가 나를 찌릿 쏘아본다.
"아빠 목소리가 왜 이렇게 불친절 해!'
내 목소리가 그랬나?
나는 결국 다현이한테 이실직고 하고 말았다.
아빠가 오늘 같이 일하는 아저씨들이 아빠 마음을 몰라줘서 무척 속상했다고...
다현이는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내일 소풍 갈 생각에 콧 노래를 부르며 자기 전에 읽을 책을 고민한다.
내 고민 따위야 안중에도 없다는 듯.
하하하.
<무제>